아름다운동행

아버지 보내 드리고 왔습니다

선
선우빠
2023.03.05 01:41 | 조회 2.5k

어제 발인 마치고 정리하고 오늘 어머니 모시고 집에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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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년 5월 즈음에 아버지가 수술을 하신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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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술이냐고 하니까 피부과에서 뭐가 나서 수술 하신다고만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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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다하시고 나서 알게됐습니다. 악성종양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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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자기도 처음보는 암이라고 파제트 암이라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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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잘됐는데 전이 위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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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이카페를 가입하고 온갖 인터넷을 다 뒤져서 파제트암 전문가라는 분을 겨우 예약해서 몇달후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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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 위험이 있으니 항암은 당장 필요 없어 보이지만 원발암 부위의 방사선 치료를 하는게 나을거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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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과 선생님 만나고 방사선 설계 받는데 아버지는 시골사시다보니 아들한테 피해주시기 싫으셨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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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가 보통인데 10회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대신 세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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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까짓것 짧게 하고 끝내자 하고 10회를 선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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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안될거 같아 병원앞에 에어비앤비로 방을 잡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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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첫날 하기 전날. 숙소에서 고기를 구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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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많이 드시라고 방사선 하면 많이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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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까짓것 10회하는데 금방 하면 되지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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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가 끝나갈 무렵 아버지는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셨고 다시는 방사선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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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후에 ct를 찍어보자고 하고 1차전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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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후 작년 초에 pet ct랑 찍어보니 아무래도 전이가 된거 같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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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2차전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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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20회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항암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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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항암을 하실때마다 아버지는 항암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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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원래도 좋지 않으시던 치아가 항암 때문인지 더 안좋아지고 여기 저기 흔들리시니 식사도 제대로 못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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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몇차의 항암을 하고 담당 선생은 좋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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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버지는 치아가 너무 안좋아지시니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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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선생에게 임플런트등 치료를 해도 되니 물어보니. 좋아지고 있고 해도 될거 같다고 해서 작년 12월에 이를 몇개 빼시고 임시치아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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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항암을 하시고 늘 하듯 ct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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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는 3월 초에 임플런트를 하면 식사도 잘 할수 있으실거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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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쯤 항암을 하러 가서 지난번 찍은 ct를 보고 의사가 말하는데 간에 안좋은 조짐이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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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조직 검사를 해야 할거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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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실망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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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지고 있다고 했고 항암도 이제 몇번만 하면 당분간 추적 관찰만 하면 된다고 했고 3월 초에 임플런트도 할테니 식사도 좀 편하게 하실수 있으실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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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 날짜가 정해지고 입원 전 주말에 배가 너무 아프셔서 집근처 병원 응급실에 가셨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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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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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조직검사 때문에 입원 하려면 코로나 검사도 해야 하고 제때 병원도 가야 하는데 배가 아프다고 응급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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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차를 끌고 몇시간 운전해서 병원에 가서 아버지를 모시고 집에 갔다가. 아무래도 우리집에 모시고 갔다가 검사날 일찍 병원 모시고 가는게 나을거 같아서 집으로 모시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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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 하는날 저는 출근 때문에 여동생 보고 우리집으로 와서 모시고 가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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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입원을 하신 첫날 1인실 밖에 없다고 아버지는 불만이 많으셨어요. 너무 비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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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일만 입원하시는건데 제가 알아서 낼테니 돈걱정 하지 마시라거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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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버지는 기어이 다음날 5인실로 옮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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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에 복수가 차셨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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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신 이유가 복수 때문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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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배에 구멍을 뚫어 배약관을 해야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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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또 아프시기 싫으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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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아버지께 복수를 안빼면 더 힘드실수도 있데요. 좀 아프셔도 참으시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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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액관을 하고 복수를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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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어머니께 전화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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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복수를 1리터 빼신다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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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뭔가 느낌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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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복수를 1리터를 뺀다는거면. 그만큼 생긴다는 이야기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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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부터는 툭하면 눈물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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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의사가 보자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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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간에 전이가 많이 되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복수는 안없어질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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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기존보다 독한 항암제를 쓰던가 비싼 면역 치료제를 써보는게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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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힘든 항암제는 애초에 재껴두고 면역치료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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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가지고 계신돈 제가 가지고 있는돈 동생이 최대한 땡길수 있는돈 하면 그래도 1년은 할수 있겠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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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 지나서 담당 선생이 아침 회진시간에 어머니가 전화를 바꿔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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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달 증상이 심하다고 여기서 더 치료는 더 고통을 주는거니 호스피스로 옮기는게 낫겠다고. 길어봐야 3개월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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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을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고통을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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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를 알아보고 지난주 금요일에 옮겨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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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가 3개월 밖에 못사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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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호스피스를 가니 현실은 3개월이 아닌 길어야 1-2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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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드리고 월요일에 퇴근하고 와이프랑 면회를 갔어요.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으실때 아버지를 보는게 나을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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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를 가니 하루종일 주무신다고 하더라구요. 입을 열고 코를 골고 주무시는걸 보니 마치 평상시 같았어요. 편안해 보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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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아버지 몇달는 더 사시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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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점심때 어머니께 전화가 오더니 호스피스 간호과장님께 전화가 왔어요. 면회를 다 풀었으니 올수 있는 분들은 다 면회를 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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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얘기 들으니 진짜 몇일 안남은건가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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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라더니 1-2주 라더니 갑자기 뭔가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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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집에 영정사진이 있으니 가져오는게 나을거 같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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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려가서 영정사진을 가지고 돌아오는데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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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거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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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는 소풍을 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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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가 마지막 본 아버지는 제가 늘보던 코골고 주무시던 평상시 그 아버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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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다고 하신걸 빨리 알아서 빨리 치료를 해볼수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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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에서 수술하신다고 하셨을때 좀더 빨리 눈치채고 처음부터 큰병원으로 갔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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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이가 안좋으시다고 하셨을때 미리 임플런트 해드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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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후회들이 몰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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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 몇주보다 오히려 더 슬프거나 힘들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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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아무때나 눈물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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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버지 한번만 더 볼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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