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내년 어버이날에도 아빠에게 카네이션 드릴 수 있음 좋겠네요

서
서루
2023.05.08 23:41 | 조회 737

저는 울 아빠랑 생일이 같아요.

그래서 늘 아빠 최고의 생일선물 나라고

다른 선물이 뭐 필요하냐 너스레떨던

사이 좋은 부녀였어요.

​

아빠는 사실 연세가 꽤 있어서 80대지만

예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스무살은 어려보일만큼 동안과 건강을 자랑했었는데,

작년 말에 갑작스레 암…

그것도 결국은 원발지를 찾지 못하고 다발성 전이가 된

원발미상암 4기…라는

청천병력같은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6개월간 저희 가족으로서는

상상치 못했던 수많은 고난과 좌절이 있었고

삶이 완전 달라져버렸네요.

​

특히 3차 항암 후부터 거동을 힘들어하시더니

급기야 혼자 걷지 못하게 되시면서…

삶의 질이 완전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

그래도 항암 경과가 나쁘지 않고

부작용도 심각하진 않은터라

이정도에

감사해야지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는데,

​

5차 항암하러 들어왔다가

옆 침상이 코로나 환자였고

아빠는 밀접접촉자로 검사해보니 양성이 떠서

또 한번 마음이 무너지고…

거동이 힘든 분을 혼자 둘 수 없으니

제가 보호자로 함께 격리되었습니다.

​

격리생활의 서러움과 고됨은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 어버이날인데

쓸쓸히 혼자 빈 집에 계신 어머니껜 꽃배달 해드리고

아빠에겐 뭘 해드리나…여기는 격리대상자들은

아예 병실 문턱도 넘을 수 없어서

뭘 배달시키거나 사오는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다 문뜩 어린시절 티슈꽃만들기 했던 기억이 나서

동원할 수 있는 재료를 총동원하여

카네이션 만들어드렸네요.

어릴 때 직접 만든 종이카네이션

가슴에 달아드리던 추억이 떠올라

뭉클한 하루였습니다.

​

어제 옆 치료실에 계시던 분이

결국 하늘나라로 떠나셨는지

꽤 오랫동안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더라고요.

지금 격리생활이 무척 고되긴 하지만

(보호구를 24시간 입고 있어야해서 넘 괴롭더라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이게 효과는 있는지

확진자와 5일째 감금 중인데 아직 음성입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아빠와 단둘이 오롯하게 보낼 수 있었던

이 시간들마저 그립겠지…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어버이날을 마무리해봅니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기적이었던건,

다행히 완전 무증상으로

1도 아프시지 않고 지나갔네요!

하늘이 주신 어버이날 선물이었나봐요.

​

암환부 암환모를 모시는 많은 동행여러분,

모두 소중한 어버이날 보내셨길 바라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해서

카네이션 달아드릴 수 있길 소망합니다!🙏🙏🙏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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