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3) 커피숍에서 하는 유언

딸
딸기맘l위본
2024.02.22 00:39 | 조회 2.2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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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엄마 나 오빠랑 좀 나갔다 와도 돼?”

점심까지 먹은 나는 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남편이랑 같이 커피숍에 갔다.

​

“오빠! 내 말..잘 들어요..“

난 이 한마디 했는데 목이 메이고 말았다.

이제 신파극은 그만하고 싶었다.

어쩌면 장기전으로 들어갈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내가 먼저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린 서로 쳐다볼 수 조차 없었다.

남편은 테이블을..난 허공을 쳐다 본 채..

말을 이어나갔다.

​

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잖아~

만에 하나!

내가 잘못되면…

꼭 재혼해!

(이 말을 할 때는 입술을 깨물어도 눈물이

나오더라..)

오빤 절대 혼자 아이 못키워!

아이 둘~ 잘 키워 줄 수 있는 여자로!

꼭 재혼해!

원래 나 먼저 가면..

오빠 절대 재혼 못하게 유언하려고 했는데..

내 세끼들..엄마없는 아이들 절대! 못 만들어!

꼭 아이들 잘 키워 줄 수 있는 여자로 골라서

결혼해…

남편은 말이 없었다.

없을 줄 알았다.

​

남편은 오리지날 경상도 남자이다.

(어떤 엄마에게 남편이 경상도 남자라 힘들다고 하소연하니..‘괜찮아요. 안동도 있는데요..뭐..안동보다 낫잖아요’하며 위로하시더라..근데요..저희 남편 안동이에요 ㅋㅋ)

​

계속이어나갔다.

그리고

부천에 재개발 예정인 조그마한 집이 있어요.

그거 오동(첫째 태명)이 꺼에요!

크면 꼭 오동이 줘요~!

​

이 말까지 하며 몇 번을 쉬었는지

몇번이나 입술을 깨물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장 이성적일때

가장 중요한 뜻을 전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땐 내 목숨보다

두 핏덩이의 앞날이 더 걱정됐다.

​

처음 알리는 나의 자산공개..

남편도 놀랐으리라..

난 남편과 만난지 7개월만에 결혼했다.

결혼당시 엄마가 사위에게 해 준것 이외에는

난 밥숫가락 하나 들고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계획했던 것도..

못해갈 형편도 아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 모든 걸 남편이 했었다.

​

그리고 또..

내가 혹시 항암을 하게 되면..

혹시 힘들게 되면..

시골로 내려가는게 나을지..

친정으로 들어가는게 나을지..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나혼자 내려갈지..

실은..마지막 혼자 내려가는 상황은

말하지 못했다.

혼자만의 대비책이었다.

​

그렇게 모든 경우의 수를 대략적으로나마

남편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 ‘내 남편’은

‘중학생 아들’이었다.

우리 아들이 당황하지 않게

미리 알려주고 싶었다.

​

우리 아들이 딸 둘을 데리고 살아가는 걸

밤이 세도록 그려봤었다.

그림 하나 그리고..울고..

또 하나 그려보고..울고..

그러다 밤이 지나가 버린 거다.

​

더이상 듣고 있으면

최악의 상황을 자꾸 그려보게 되어서일까?

남편은 그만 들어가자고 했다.

난..

“장기전이 될 수도 있어..”

라고 말하고..

일어났다.

​

장기전!

맞다!

어쩜 내가 가장 무서웠을..

긴 병에 효자 없는데..

긴 병에 남편은 있을리 없다.가

나의 또다른 걱정이었으리라..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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