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북촌 산책

미카엘2015ㅣ설본
2026.09.09 18:30 | 조회 197

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시내 나들이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아내가 오랜만에 북촌에 가보자고 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반팔 차림으로 집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선선해서 콧물이 맺힐 지경이었습니다. ‘바람막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기온이 올라가니 반팔이 딱 맞춤이었습니다.

안국역에서 내려 송현 열린광장을 지나 재동사거리에 있는 안암국밥으로 향했습니다. 늘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 오픈런을 하려고 일찍 도착했는데 다행히 두 번째였습니다. 아내가 줄을 서 있는 사이 저는 근처 퍼먼트에 들러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 애플파이를 사 왔습니다.

안암의 국밥은 돼지국밥답지 않은 세련미가 있습니다. 흔히 먹는 돼지국밥이 모시적삼을 곱게 차려입은 한복 스타일이라면, 안암의 돼지국밥은 원피스를 입은 세련된 양장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따로 내어주는 고수입니다. 국밥을 어느 정도 먹다가 고수를 넣으면 맛의 세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한식을 먹다가 갑자기 양식으로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이랄까. 게다가 보리를 섞은 밥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있어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별것 아닌 듯하면서도 그 식감이 간지럼을 태우는 듯 어찌나 즐거운지 저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음이 배어 나옵니다. 오픈런까지 하며 기다린 보람이 충분한 곳입니다.

원래는 백인제가옥에 들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식당 바로 앞 건물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인테리어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발길을 돌렸습니다. 전시를 천천히 둘러본 뒤 정독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정독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퍼먼트에서 산 애플파이에 집에서 챙겨 온 드립커피를 곁들였습니다. 북촌의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애플파이와 커피라니, 이보다 더 황홀한 디저트 타임이 있을까요.

정독도서관은 사시사철 풍경이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그다지 붐비지 않고 곳곳에 벤치도 많아 이렇게 느긋하게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반나절 북촌을 천천히 걷고, 맛있는 국밥을 먹고, 전시를 보고, 애플파이와 커피까지 즐겼습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걷고, 맛있는 것을 나누고,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행복해졌으니까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구월의 어느 날, 아내와 함께 걸었던 북촌의 반나절을 사진에 담아 전합니다.

북촌 산책

-Chat GPT

선선한 바람 하나에 콧등이 시큰,

반팔 차림 후회도 잠시,

햇살이 데워주는 골목을 따라

아내와 나란히 걷는다.

기와지붕 능선 위로 구름이 흐르고

열린광장 지나 두 번째 줄에 서서도

서두르지 않는 마음 하나,

기다림도 산책의 일부였다.

고수 한 젓가락에 갈아입는 국물 맛,

보리밥 씹히는 소리마저 웃음이 되고

애플파이 한 조각과 드립커피 한 모금이

가을볕 아래 오후를 완성한다.

정독도서관의 나무 그늘, 조용한 벤치

사람보다 바람이 먼저 앉는 자리에서

우리는 잠시 시간을 잊고

북촌의 하루를 사진 속에 접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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